인터뷰

최지훈

공삼삼 033

평창 l 크리에이터 파머

수년 전부터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제주나 강원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에서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농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낯선 이야기다. 033 편집부가 만난 로컬 크리에이터 최지훈 대표는 농업을 기반으로 지역의 문화를 녹여낸 콘텐츠를 큐레이팅한다. 지역에서 농사로 먹고 사는 베짱이농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농사와 콘텐츠. 크리에이터 파머 최지훈

안녕하세요. 베짱이농부 대표 최지훈입니다. 농업과 지역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듭니다. 저는 농사도 짓고 크리에이터의 역할도 겸하고 있어 ‘크리에이터 파머’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Q2. 베짱이농부의 시작

평창에서 살아봐야겠는데,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평창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농담 삼아 방황 중이라고 말하고 다니다가, 단순히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계기가 되어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한 프로그램에 우연히 참여했죠. 그 기회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었고,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베짱이농부라는 이름으로 창업까지 하게 됐습니다. 평소 제 이미지가 베짱이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농사를 지으니 ‘농부’라는 말을 붙여서 ‘베짱이농부’라고 이름을 지었죠. 저를 직접 보고 이야기하는 분들은 이해가 된다고 해요. (웃음) 지금은 감자꽃스튜디오를 아지트처럼 쓰고 있습니다. 주로 키친과 텃밭, 갤러리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직접 키운 농산물로 로컬푸드를 만들어 테마에 맞는 문화예술을 접목한 아트 다이닝을 진행한다거나, 사람들을 대상으로 체험, 교육, 축제, 전시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Q3. 젊은 나이에 도시가 아닌 지역으로 온 이유

일을 시작하기 이전, 20대 후반에 군입대 때문에 돌아왔어요. 그때는 몸이 계속 안 좋아서 일 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터라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에 겸사겸사 돌아왔던 거예요. 특별히 고향으로 와서 이루고자 한 목적은 없었습니다. 상황이 그랬을 뿐이지만 지금은 지역으로 돌아온 것이 된 거죠.


Q4. 베짱이농부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

본인이 하려고 하는 것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죠. 평창은 농촌이기 때문에 농업과 관련된 부분을 가지고 해볼 수 있는 일들은 많아요. 직접 농사를 짓는 1차 산업부터 관련된 서비스인 6차 산업까지 분야는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깊이 고민해보고 있어요.


Q5.  영농, 문화기획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전 아직은 모르겠어요. 이제 막 지역에서 내 일을 해나가고 있고 배워나가는 과정이라서 답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생각하는 목표와 어느 정도는 닿아있다고 생각해요. 내 농장을 가지고 단순히 생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원으로 삼아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수익을 만들어 내는데 그 매개가 문화라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평창에서의 삶에 대해 라이프스타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6.  젊은 세대에겐 익숙치 않은 농업. 평창 이주 이후, 평창에서의 삶은?

평창에 내려온 지 7년이 되었어요. 초중고는 경기도에서 졸업했고요. 20대 중후반까지 있다가 뒤늦게 내려온 것이라 제겐 고향이기도 하지만 낯선 곳이기도 해요. 삶에 반은 도시에서 보냈고 어릴 때에 단편적인 기억들이 전부라서요. 어릴 때는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는 PC방도 없었고 집에 인터넷도 없었어요. 방학 때는 농사를 짓는 게 힘들기도 하고 지루하고 그냥 싫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지금은 도시처럼 다양하지 않고 다소 불편함이 있는 곳이지만, 그냥 편해졌어요. 내가 이곳에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후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는 것이 달리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Q7. 올림픽 이전과 이후, 지역으로서의 평창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단은 교통이 제일 큰 변화이면 변화겠지요. 도로가 좋아졌고 KTX가 생겼어요. 서울까지 자차로는 2시간가량, KTX로는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평창이에요. 아침에 기차로 서울에 가서 막차를 타고 돌아올 수 있게 된 거죠. 강릉까지는 십오 분 정도 걸려요. 제가 거주하는 곳은 평창군의 남부라 올림픽이 개최된 북부권과는 많이 달라요. 따라서 올림픽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게 받지 않았다 느끼고 있어요. 



Q8. ‘라이프스타일 평창’을 정의해본다면?

"별거 없음." (웃음) 
별 것 없다는 말이 좀 웃기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제가 느끼는 라이프스타일이에요. 평창의 북쪽은 여름에는 관광객들이 오고 가을이 되면 축제를 하는 등 사계절이 바쁜 곳이에요. 하지만 남쪽은 그런 것들이 없어 오히려 조용하고 편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어요. 유니크한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있으니까요. 사는 것에 치이지 않고 번잡스럽지 않은 것이 평창 남부의 매력이에요. 뭐, 그래도 가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긴 해요. (웃음) 개인으로 치환해서 생각해보면 각자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이 있지요. 평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가 다 달라요. 저는 농부지만 아침잠이 많아 하루 일과를 늦게 시작합니다. 바쁠 때가 아니고서야 느긋하게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밭에 나가 일을 해요. 점심쯤 날씨가 더워 일을 못하게 될 때 다른 일을 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그때가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의 시간이 됩니다. 밤에는 글을 쓰는 취미가 있어서 늦게 잠이 들죠. 겨울이 되면 동네에 스키를 배우러 갑니다. 친한 분이 임시로 쓰라며 스키 세트를 준 것이 있어 슬슬 혼자 연습도 하고 커피를 한잔 마시러 단골 카페에 놀러 가기도 하고요. 뭐, 특별한 것은 없는 그런 저만의 평온한 일상이 라이프스타일 평창이 될 수 있겠네요.


Q9. 베짱이농부의 내일

개인 농장을 만들고 싶어요. 그 안에서 문화와 예술이 접목된 콘텐츠도 만들어내고 지금의 일상들을 가지고 책을 만들어 보는 것도 계획해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에서 관광 분야에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로 BM을 만들어서 수익을 만들어 내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고, 지역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려고 해요.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나도 지역에서 먹고 살까에 대한 고민이 앞으로의 베짱이농부를 만들어갈 것 같아요.



사진 신혜림 글 김지우